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를 보고와서
우린 모두 추억속의 시골을 가지고 있다.
그 시골속을 더듬어 들어가보면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는 친적 어른이 누구든 있을 것이다.
자주 뵙진 못하지만, 집안 대소사에 찾아가 오지랖 넓게 관여하고, 자랑을 일삼는,
또는 어려운 일에 대단한 듯 나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그런 속 없는 친척 어른.
내가 잘되면 더 신나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자랑삼아 떠벌리는 캐릭터가
본 영화에서 최민식이 분한 최익현이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익현은 자신의 이익만을 찾아 사람을 밥먹듯 배반하는 그런 인물은 아니다.
여동생의 결혼을 준비하기 위해 그동한 모았던 적금을 서슴없이 내놓는
그런 마음 착한 캐릭터라 볼수도 있겠다.
공무원으로서 뇌물을 받는다든가, 자신의 출세(또는 가족?)를 위해 권력에 아부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의 타고난 삶은 방식일뿐 실상은 가족이 잘되기를 바라는 집안 어른의 마음,
그것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의미에서 한국 영화(특히, 건달영화)에 자주나오는
배신이 낭자하는 이야기와는 전혀 별개의 이야기가 본 영화에서 펼쳐진다.
혹자는 마지막에 자신이 살기 위해,
먼 친척인 최형배를 배신하는 최익현을 보면서 혹자는 이의를 제기할 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보다 아랫사람에게 심하게 당하고 쫓겨난 후 생긴
조금의 미움일 뿐이지 배신은 아니라 생각한다.
영화 중반부를 보면 최익현은 최형배의 부하들에게
봉변을 당하고 버림받게된다.
그 이유는 최형배를 배반하고, 그 반대 조직인 김판호와 친하게 지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최익현이 진짜 배신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그냥 김판호 앞에서 최형배를 무시하며 어른으로서 자기자랑을 했을 뿐인 그저 그런일 일 뿐이다.
우연에 우연이 곂쳐 필연을 낳 듯, 이미 최익현에게 배신감을 느낀 최형배는
관계를 접을 요량으로 최익현에게 해코지 했던 것이라 생각된다.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선우(이병헌)에게 배신감을 느낀 강사장(김영철)의 분노처럼
그 분노엔 이유가 없다. 단지 심사가 뒤틀렸을 정도?
(게다 김판호의 사주로 상처를 입은 최형배는 그 분노를 최익현에게 돌렸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최선을 다해 도와준 최형배에게 배신당했다는 서러움,
하지만 자기의 자식들을 살려야 한다는 마음에
최익현은 어쩔 수 없이 최형배에게 사죄하고 그의 곁을 떠나게 된다.
그 상황에서 과연 오해를 푸는 것이 가능 했을까?
각설하고 그런 배신감으로 인해,
결국 최형배를 잡아 넣는 일에 최익현이 일조하게 됐지만
절대 본 영화에서 최익현이 배신의 아이콘은 아니라는 것을 명백히 하고 싶다
그 방증이 바로 최익현의 권총이다.
일본 야쿠자에게 받은 권총!
자랑을 좋아하는 최익현이 늘상 가지고 다니는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그 권총엔 총알이 없다.
심지어 마지막 씬이었던 최형배와의 몸싸움 장면에서조차
독기를 품고 칼로 덤벼드는 최형배에게 최익현은 총알 없는 권총으로 대항한다.
과연 최형배를 해할 마음이 있었을까?
그건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난 이 영화의 부재가 조금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쁜놈들의 전성시대라 할찌면, 나쁜놈이 나와야 하지 않은가?
비록 비겁하게 살긴 했지만 매정하지 못한 최익현이 나쁜놈인가?
아니면, 폼생폼사로 살고, 나름대로 명분있는 건달이 되고자 하는 최형배가 나쁜놈일까?
몇 년전에 개봉했던 '우아한 세계'라는 영화가 있었다.
단지 직업이 깡패일뿐 평범한 기러기 아빠에 불과한
강인구(송강호)의 모습에서 우린 연민을 느끼지 않았던가.
난 그와 같은 느낌을 최익현으로 분한 최민식에게서 느꼈다.
점점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인정보다 법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이제 최익현같은
캐릭터는 찾아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정이 있는 캐릭터가 있기에 이 영화가 잔혹한 배신의 영화가 아닌
관객들에게 약간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는 영화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PS : 이 영화의 그외 관전 포인트는 많다.
한국적이면서도 영화의 흥분을 더 해주는 배경음악과
미사여구를 뺀 담백한 액션신
최민식의 경쾌한 입담등을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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